도쿄 오다이바에 등장한 실물크기의 로봇 건담 입상. 14일 도쿄시민들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다이바로 몰려나와 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의 수도 도쿄에 애니메이션 속 거대 로봇 주인공이 출현했다.
도쿄도가 자랑하는 첨단 인공섬 신도시인 '오다이바'(お台場)의 시오가제공원(潮風公園)에 로봇 '건담'의 입상(立像)이 세워진 것이다. 만화영화속 설정과 똑같이 신장 18미터에 몸무게 35톤의 몸집으로 만들어졌다. 도쿄만에 인접한 해변가에 우뚝 솟은 위용이 금방이라도 도쿄 하늘 위로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건담?' 혹시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로봇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1980~90년대 초반 유년시절을 보낸 남성들이라면 금방 인기 만화영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건담의 인기는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대단했다. 사내 아이들이 한때 가장 갖고 싶은 선물이 건담 로봇 조립세트(프라모델)였다. 건담의 옆 모습. 멀리 닛쿄호텔 건물이 보인다.
바로 그 건담이 올해로 방송전파를 탄 지 30년이 된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담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가 일본에서 개최되고 있다. 오다이바 해변의 건담 입상도 그 일환이다. 만화왕국답게 만화 캐릭터의 생일도 어느 유명 스타 못지 않게 화끈하게 하는 게 일본만의 특색인 것 같다.
14일 도쿄시민 수천명이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담을 보기 위해 오다이바해변으로 모여들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건담 입상 주변에서 탄성을 터뜨리며 사진찍기에 몰두했다. 공식 건담 입상 제막식은 7월 11일이다. 건담의 외관은 거의 완성됐지만 세세한 효과와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래서 발목 부분까지는 공사판 차단막에 의해 가려져 있다. 하지만 구경나온 도쿄시민들은 전혀 아랑곳없이 건담의 위용을 즐기고 있다. 제 딸이 건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도쿄시민들은 이제야 오다이바에 일본의 상징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조형물이 등장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도 그걸 것이 그동안 오다이바의 상징적 조형물은 엉뚱하게도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가 뉴욕주에 자유의 여신상을 기증했고, 미국이 그 답례로 프랑스 혁명 100주년이 돼던 해 미니 자유의여신상을 만들어 파리에 기증했는데 일본이 1998년 '프랑스의 해'를 맞아 이 미니 여신상을 빌려와 오다이바에 전시했다. 전시가 끝난 후 원본은 파리로 되돌아갔지만 일본인들은 모조상을 만들어 오다이바 해변을 계속 장식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자유의 여신상이 오다이바의 대표적 명물이 되는 것에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는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오다이바에 모조품 자유의 여신상을 갖다놓아야할 필연적 이유가 별로 없었다. 일본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은 데 하필 '고등어와 소나무' 만큼이나 생소한 관계인 짝퉁 '자유의 여신상' 을 갖다놓았는 지에 대한 불만과 항의도 적지 않았다. 오다이바의 대표적 조형물로 활약(?)했던 짝퉁 '자유의 여신상'.
그래서일까. 건담 입상의 등장에 많은 일본인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30년동안 일본 재패니메이션의 대표적 캐릭터였던 건담을 오다이바의 새로운 대표적 명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일본내의 이런 복잡한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오다이바의 건담은 그 자체로 볼만하다. 완성시에는 두 눈 등 몸의 50여군데에서 빛이 나오며 머리부분도 움직인다. 가슴이나 등에서는 안개도 분출하며 밤에는 조명도 켜진다. 한때 건담에 푹 빠졌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도쿄에 왔을 때 꼭 빼놓지 않고 구경하게 될 명물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도 '로보트 태권V'가 만화영화로 탄생한 지 30년이 훨씬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담보다 훨씬 멋있는 '태권V 입상'이 서울 도심 공원에 들어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끝>
간담의 뒷모습. 세세한 부분까지 정교하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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