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특수부=정의' 공식 통해
오자와 수사 배경엔 의구심이

최근 일본인들은 검찰의 무서운 아집에 혀를 찼다.

지난 22일
우쓰노미야(宇都宮) 지법에서 열린 한 재판에서 보여준 전직 검사의 태도 때문이다. 이날 재판은 4세 여아 살해 혐의로 17년간 무기수로 복역 중 DNA 감정 결과가 뒤집혀 무죄 석방된 스가야 도시카즈(菅家利和) 재심 5차 공판이었다. 재판정에서는 사건 당시 담당 검사가 출석한 가운데 신문 과정의 육성 녹음 테이프가 공개됐다. 스가야는 이를 근거로 억지 자백 강요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담당 검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만 할 뿐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 수사에 대해 최소한의 사과를 바랐던 스카야는 또 한번 분노해야 했다.

이는 자신들이 한번 결정 내린 사안에 대해서는 결코 번복하거나 오류를 인정치 않으려는 검찰의 속성을 잘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최근 진행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 수사에서도 이런 검찰의 속성이 드러난다. 상당수 일본인은 특수부의 옛 명성에 기대어 '특수부=무오류, 오자와=절대악'이라는 도식을 너무 쉽게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 내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오자와뿐 아니라 특수부에 대해서도 적잖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최대 쟁점은 오자와가 미즈타니(水谷) 건설회사로부터 뒷돈을 받았느냐는 것이다. 특수부는 오자와의 지역구인
이와테(岩手)현 댐 공사를 하청 수주하면서 사례금 5000만엔을 건냈다는 미즈타니 전 회장 진술을 결정적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 진술은 정말 믿을 만한가. 특수부는 당시 미즈타니 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2006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佐久) 후쿠시마(福島)현 지사를 구속한 바 있다. 미즈타니 측은 현 내 공사 수주를 위해 사토 지사의 동생이 운영하는 건설사의 토지를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해줬다고 진술했다. 특수부는 이를 토대로 사토 지사를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미즈타니 회장의 진술은 법정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1심 재판에서 뇌물액수가 대폭 줄어들더니 지난해 9월 2심 판결에서는 사토의 수뢰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이 났다. "당시 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미즈타니 회장이 검찰과의 거래를 위해 위장진술했다"는 사토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런데도 특수부는 이 미심쩍은 인물의 진술을 토대로 오자와에게 '위험한 도박'을 걸고 있다. 미즈타니 전 회장은 현재 탈세죄로 수감 중이다. 감형 등을 위해 검찰과 '거래'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미즈타니 측은 뇌물 공여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오자와에 대해 어떤 진술을 해도 자신들은 기소되지 않는다. 더욱이 오자와 간사장은 '아스팔트에서 인간에게로'를 외치며 공공건설예산을 대폭 삭감시켜 미즈타니를 비롯한 건설업계의 미움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 전문가들은 특수부가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결국은 오자와를 기소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수부가 설사 재판을 통해 오자와를 유죄로 만들 수 없다 해도 사토의 예처럼 3년 이상 법정에 세움으로써 사실상 정치생명을 끊어버리려 한다는 것이다.

사토는 구속과 함께 지사직이 박탈됐으며, 3년간 관련 지인 4명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오자와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겨 중·참 양원을 장악하면 검찰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파다했다. 민간인 검찰총장을 발탁하고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 방식에도 대대적인 칼을 댈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부가 검찰을 대표해 참의원 선거 전에 오자와를 몰락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과거 자민당의 장기집권으로 부패가 만연했던 시절 특수부는 유일한 권력 부패 견제장치였다. '특수부=정의'라는 공식도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금 일본인들은 특수부가 스스로 거대권력화하며 때로는 검찰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의식하는 분위기이다. 오자와 수사는 '실세 정치인'의 최대 위기일 뿐 아니라 도쿄지검 특수부의 대국민 신뢰를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김동진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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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유천지
극우파들 주류서 점점 밀려나

경술국치 100년, 민간교류 활성화를

일본의 극우 성향 일간지인 산케이신문의 서울특파원인 구로다 가쓰히로가 최근 신문칼럼에서 비빔밥에 대해 혹평한 것이 한국 내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가 한국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비빔밥에 대해 ‘양 머리를 걸어놓고 실제로는 개를 판다’는 뜻의 고사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까지 동원해가며 깎아내린 데 대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화가 치밀 만하다.

하지만 구로다의 칼럼 하나로 일본인 전체가 비빔밥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곤란하다. 구로다는 칼럼에서 자신의 주장이 주한 일본인들의 송년회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마치 상당수 일본인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제는 다르다.

구로다는 30년 동안 한국에서 머물고 있다 보니 최근 일본 내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일본의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의 푸드코트나 레스토랑가에는 비빔밥을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한식당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도쿄의 대표적인 쇼핑 관광명소인 인공섬 ‘오다이바’의 한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에는 ‘전주비빔밥집’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일본인들은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간편하면서도 맛과 영양을 갖춘 웰빙음식이라서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런 비빔밥 인기는 한식점이 체인화되면서 일본 전국으로 점점 더 뻗어나가는 추세이다.

따라서 구로다의 발언에 한국인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구로다의 비빔밥 폄하 칼럼은 일본에선 거의 반향이 없다.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 수난당하는 ‘양심적 일본 언론인’ 으로 비쳐지길 바라는 구로다를 도와주는 일이 될지 모른다.

사실 일본 극우 매체들의 반한 선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점에 가면 쉽게 접하는 격주간지 ‘사피오’는 최근에도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은 조선인들의 테러 책동 때문이며 사망자 수도 터무니없이 과장됐다는 주장을 버젓이 싣고 있다. 산케이는 ‘대마도가 위험하다’는 연재기사를 통해 한국인들이 대마도를 빼앗기 위해 조직적(?)으로 일본 사회에서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일본 사회 속에서 터져나오는 이런 주장들에 일일이 정색을 하며 맞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본 사회에서 극우 매체들의 반한 선동은 주류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열심히 ‘한국 때리기’를 하고 있지만 일본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는 큰 틀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 중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1%로 1978년 조사를 개시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에 대해 58.5%가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한국에 대해 이런 우호적 흐름이 형성되는 데는 무엇보다 한일 간 민간 차원의 교류 활성화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 305만명을 기록했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도 약 170만명에 이른다. 근 5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현해탄을 오간 셈이며, 앞으로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일본에선 한류문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웬만한 규모의 행사로는 객석을 다 채우기 어려울 정도로 큰 도쿄돔이 한국 연예스타들의 행사에는 매번 만원사례를 하고 있다. 일본인들에게 한국 드라마와 음식, 노래가 친숙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로다가 30년 한국 체류 경험을 내세워 아무리 비빔밥을 폄하해도 실제로 인사동을 비롯해 한국의 관광 명소 식당에서 비빔밥을 찾는 일본인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극우 매체의 선동기사로만 한국을 접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경인년 올해는 한일 강제합병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한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를 딛고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지평을 열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아직 국가 대 국가로 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양국 간 민간교류가 한층 더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동진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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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텐마 美기지 갈등… 경기부양책 무산… 지지율 50%대로 뚝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정권 출범 80여일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일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경기부양을 위한 후속 대책마저 연립내각의 의견 충돌로 지연되면서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정권 출범 초 75%였던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율은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수렁에 빠진 후텐마=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싼 하토야마 총리의 태도에 미국 측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기후변화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주요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면서 하토야마 총리를 제외했다. 미 국부무는 또 최근 하토야마의 측근인 데라시마 지쓰로(寺島實郞) 다마(多摩)대 총장이 하토야마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방미했지만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 ‘문전박대’를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미국이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으로부터 일종의 외교적 ‘왕따’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

여권 내에서도 총리가 사민당의 눈치를 보느라 미일동맹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6일 저녁 하토야마 총리에게 “새 후보지를 물색하는 일이 불가능하며 계속 결단을 늦출 경우 주일미군 재편 로드맵 전체가 백지화될 수 있다”고 진언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하토야마 총리는 7일 “정부의 생각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미국에 말할지를 결정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1월 이후 현외, 국외를 포함한 새 후보지를 물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변경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했다.

◆경기 대책도 난맥상=경기부양을 둘러싼 혼선도 하토야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지난 4일 새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연립 내각의 불협화음으로 무산됐다.

하토야마 총리와 민주당 각료들은 고용과 환경, 지방지원 등을 중점항목으로 7조1000억엔 규모의 경기대책을 정했지만 연립 파트너인 국민신당은 이를 8조엔 규모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 측은 가메이 대표를 설득해 8일 각료회의 전까지는 어떻게든 결론을 낼 방침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위기를 눈앞에 두고 내각 내 불협화음으로 정책이 자꾸 지체되는 데 대해 비판여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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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유천지